바이오기술 속 창의력 연구기관이나 대학 생명공학 실험실에 가보면 각종 실험도구도 볼 수 있지만 간혹 ‘생쥐’도 볼 수 있다. 이 생쥐는 겉보기에는 평범한 일반 생쥐와 별반 다를 바 없지만 기실 특별대우를 받는 생쥐이다.
생쥐의 종류에 따라 어떤 생쥐는 실험실의 모든 기자재와 실험실 연구원 연봉, 심지어 교수 연봉까지 다 합친 금액을 줘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귀한 몸이다. 사실상 이런 생쥐의 값어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천문학적이다.
유전자 제거한 생쥐 '넉 아웃 생쥐'
바로 넉 아웃 생쥐이를 말한다. 넉 아웃 생쥐는 쉽게 말해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없애버린 생쥐를 일컫는다. 예를 들어 ‘p53 넉 아웃 생쥐’는 p53이란 유전자가 아예 없는 생쥐이다.
p53유전자는 생체 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유전자인데 특히 암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. 이 유전자의 돌연변이 형태는 거의 모든 암에서 발견되며 암 발병의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.
과학자들은 왜 p53 유전자를 넉 아웃시킨 생쥐를 만드는 것일까. 넉 아웃 생쥐를 만드는 주요 목적은 어떤 유전자의 생체 내 기능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. 이를 테면 A라는 유전자가 당뇨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.
이 A라는 유전자를 넉 아웃시킨 생쥐가 만약 당뇨병의 증상을 보인다면 A라는 유전자와 당뇨병 사이에는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가 성립된다. 쉽게 말해 A 유전자가 당뇨병의 원인 유전자라고 규정할 수 있는 것이다. 넉 아웃 생쥐의 연구는 이러한 배경에서 태동했다.
어떤 유전자가 특정 질병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을 규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넉 아웃 생쥐는 매우 강력한 생명현상 연구의 도구이다. 강력한 도구인 만큼 넉 아웃 생쥐를 만드는 것도 매우 어렵다. 넉 아웃 생쥐 연구 초창기 시절에는 넉 아웃 생쥐를 만들기만 해도 ‘Cell, Nature, Science’와 같은 탑 클래스의 과학저널에 바로 게재됐던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이다.
진 타게팅 호모로거스 리컴비네이션
그렇다면 넉 아웃 마우스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. 과학자들이 주목한 점은 호모로거스 리컴비네이션(homologous recombination)이라는 DNA의 재조합 방법이다. 호모로거스 리컴비네이션이란 어떤 DNA가 서로 비슷한 염기서열을 공유한다면 이 비슷한 염기서열 사이에 있는 DNA 끼리 재조합이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.
예를 들어 A라는 생쥐의 유전자를 넉 아웃 시키고자 한다면 이 A라는 유전자의 양 끝에 위치한 DNA의 염기서열과 동일한 염기서열을 가지면서 A라는 유전자가 아닌 B라는 유전자를 가진 DNA 조각을 만든다.
이렇게 만든 유전자 조각을 생쥐의 세포에 주입하면 B 유전자 조각은 A라는 생쥐의 유전자와 서로 호모로거스 리컴비네이션을 일으킨다. A유전자와 B유전자 양 끝의 염기서열이 서로 비슷하기 때문이다.
호모로거스 리컴비네이션의 결과는 A라는 생쥐의 유전자가 B라는 전혀 다른 유전자로 대체되는 것이다. 때문에 이 생쥐는 A라는 유전자가 넉 아웃 되는 셈이 된다.
햄이 들어 있는 샌드위치를 소시지가 들어 있는 샌드위치로 교환하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. 여기까지의 과정을 유전자 타게팅(gene targeting)이라고 부른다. 유전자 타게팅을 할 때는 대개 생쥐의 배아세포를 이용한다. 유전자 타케팅이 성공하면 이 배아세포를 암컷 생쥐에 착상시켜 인공적으로 임신을 시킨다.
암컷 어미 생쥐는 원래 A라는 유전자를 가진 세포와 인위적으로 주입한 B라는 유전자를 가진 세포 모두가 있기 때문에 이 어미 생쥐가 출산한 새끼 생쥐는 A와 B 유전자 모두를 가진 변종 생쥐이다.
이 새끼 생쥐를 정상적인 A세포를 가진 정상생쥐와 교배를 시켜 자손을 낳는다. 이 자손 생쥐를 또 다시 정상생쥐와 교배시켜 자손을 낳는다. 몇 차례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온전하게 B 유전자, 즉 넉 아웃 유전자만을 가진 후손 생쥐가 탄생한다.
우리가 실험실에서 간혹 볼 수 있는 생쥐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넉 아웃 생쥐이다. 생쥐는 유전적으로 인간과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생쥐를 대상으로 한 넉 아웃 생쥐 실험은 인체에 매우 유용한 의학적 정보를 제공한다. 또한 그 응용범위도 각종 질병의 연구에서부터 새로운 유전자의 기능 규명까지 다양하다.
세계 최초의 넉 아웃 생쥐는 1989년 마리오 카페치(Mario Capecchi), 마틴 에반스(Martin Evans), 올리버 스미시스(Oliver Smithies)가 만들었다. 이들은 넉 아웃 마우스를 탄생시킨 공로로 2007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. 현재 넉 아웃 마우스는 여러 국가에 걸쳐 특허권을 보호받는다. | 
홈 > 커뮤니티 > 과학소식
